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을 읽고.

마에스트로의 음악에 대한 사랑을 느끼다

안녕하세요. 맹독성 리트리버입니다.

스팀잇 동지분들은 '출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떤 사람들은, 출판을 위해 책을 쓰는 행위가 스스로의 경제적 성공을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한편, 어떤 사람들은 출판은 드는 노력에 비해 보상이 너무나도 적어, 어떤 소명의식이 없이는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이라는 책은, 제가 감히 금난새 선생님의 생각을 읽을 수는 없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예술인이 클래식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쓴 책이라는 생각이 든 책입니다.

 

 


그럼 조심스래 책을 소개해 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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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사실 클래식과는 많이 친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어렸을 때에 피아노를 배우면서 여러 가지 클래식을 접할 수 있긴 했으나 그때는 음악이 소리 그 이상이었던 것 같지 않다. 기껏해야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기억할 정도니까 나의 클래식 소양은 매우 부족하다. 내가 클래식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일본 드라마인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면서 부터였다. 음대학생들이 관현악단을 만들어 여러 공연에 서는 드라마인데, 그때 드라마에서 나왔던 ‘rapsody in blue’는 클래식의 형식을 띈 음악으로는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었던 첫 번째 작품이었다.  클래식에 다시 한번 흥미를 가졌었던 계기는 라디오에서 영화음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들었을 때였다. 엔리오 모리꼬네 같은 거장들이 만든 음악을 들으며 영화에서 감정의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클래식 음악이 하는 역할, 감정에 주는 영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때 생겼던 클래식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나는 이어가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이나마 그때 내가 가졌었던 클래식에 대한 흥미를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작가가 같은 시대에 살았던 작곡가들 중 비슷하면서도 대비되는 특징을 지닌 작곡가들끼리 두 명씩 묶어 놓은 구조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한 음악가의 음악에는 그 음악가의 인생이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에 음악을 접할 때 이러한 배경지식을 얻는 것은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음악가의 삶이 음악에, 음악에 음악가의 삶이 담겨있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클래식을 처음 들었을 때 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음악이 우리의 취향에 맞게 만들어져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300여년 전의 음악을 듣고, 그 음악을 진정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을 들여다보고, 기초지식을 알아야 참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될 정도의 작곡가들은 (물론 노력이 뒷받침되었겠지만) 엄청난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이어서 나같은 일반인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들어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나로써는 피아노 연주가 잘 되지 않는 것이 속상할 때가 있다. 또한 주변에서 ‘좋은 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부러운 생각이 앞서는게 사실이다. 모차르트는 인간적으로는 좋아할 수가 없는 사람인데도 그가 가진 음악적 재능은 너무나 뛰어나기에 그가 부럽기도 했다. 음악에 대한 재능이라는 선물을 갖고 태어난 이들은 비록 그들의 삶과 생활이 그리 윤택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말년에 청각을 완전히 잃은 베토벤이 죽는 순간까지 작곡에 대한 열정을 놓치지 않는 모습, 차이코프스키가 부모님의 만류 때문에 법률학교를 졸업하고, 안정적인 직업을 얻었는데도 그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보면서 그들을 완성한 것은 재능뿐만이 아니라 열정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나는 그중에 차이코프스키의 이야기가 가장 충격적이었다. 그의 죽음이 자연사가 아니라 학교를 다닐 때 맺은 동성애 관계와, 이를 알게된 법률학교의 고위관계자들이 강요한 독약을 마신 것 때문이라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하이든은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것도 느꼈다. 낙천적이고, 좋은 성격을 지닌데다가 위트도 넘쳤다는 것이 그가 쓴 ‘고별 교향곡’에서 너무도 잘 드러난다. 연주중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하나씩 퇴장하는 곡을 쓰다니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또한 이 곡에 대한 저자의 평도 아주 재밌었다. 첼로가 집에 가야된다고 말하는 것을 바이올린이 참으라고 말리는 것 같다니, 음악을 이런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나게 부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그너는 아마도 이 책에서 소개한 음악가중에 가장 철학적인 사람인 듯하다. 종합예술론의 저자인 것은 물론 그가 쇼펜하우어와 니체 같은 생철학자들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을 통해 볼 때 바그너의 음악은 확고한 철학적 바탕아래 작곡된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러가 칸트처럼 시간을 엄격하게 지키는 완벽주의자였으며, 칸트의 저작을 흠모했다는 사실도 매우 신비로웠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존경하게 된 음악가는 역시 베토벤이다. 그가 살면서 마주한 수많은 불행들을 이전에는 알지 못했다. 아버지의 욕심을 위해 음악을 통해 혹사당했는데도 음악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았고, 많이 배우지 못했기에 스스로 교양을 쌓고자 노력한 것은 노력하는 천재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계몽사상을 가슴에 품고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을 지킨 베토벤, 더구나 음악가에게 치명적인 귓병을 앓으면서도 창작에 대한 욕구를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의 음악속에 세상을 담으려 노력한 그의 모습은 정말 존경할 만하다. 베토벤의 열정 소나타 자필 악보에 있는 얼룩이 귀족의 무리한 요구를 받고 뛰쳐나와 걸어가는 비오는 밤길에 맞은 비라고 사실을 알고 나니 그의 뜨거운 가슴 덕분에 내 가슴도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다만 이 책을 읽다가 아쉬웠던 점은 두명씩 묶어 놓은 작곡가들 중에 저자가 선호하는 작곡가가 명백하게 드러난다는 점이었다. 물론 저자도 사람이고, 음악에 있어서 두 작곡가 중에 선호하는 작곡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작곡가에 대한 애정이 다른 작곡가에 대한 애정보다 너무 커서 다른 작곡가를 깎아내리는 것 같은 내용이 쓰인 것은 조금 안타깝다. 책 내용을 보면 저자는 대체적으로 사생활에 있어서 깨끗하며 음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왔다고 생각되는 작곡가를 선호한다. 모차르트는 물론이고 평생 유복하여 어려운 시절을 그다지 겪지 않았던 멘델스존의 음악에 대한 평가가 이러한 시선을 잘 보여준다. 멘델스존의 음악을 연주하고 나면 무엇인가 공허한 감정이 남는데, 진심이 담기지 않은 위로를 들었을 때처럼 아쉬움이 남는다는 저자의 평가는 음악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음악을 접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토리텔링 형식이기 때문에 작곡가 개개인의 사생활이 노출될 수 밖에 없고, 그 사생활을 통해 작곡가의 인격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불가피하다 할지라도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나같은 사람들)이 혹시 작곡가에 대한 어떠한 편견을 가지고 음악을 접하게 될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을 읽고 모차르트에 대한 시기심이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음악가의 인생을 아는 것이 그 음악가의 음악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라는 저자의 말은 이해한다.

 

 


  또한 작가가 음악에 대해 덧붙인 해설들을 보면서 어떻게 이리도 가사도 없는 음악을 듣고 거기에 쓰인 작곡가의 느낌과 생각을 알아차릴 수 있는지, 이런 곡을 쓴 작곡가나 그 곡을 이해하는 사람이나 정말 대단한 경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악을 전공하는 친구가 말하길, 선배들과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갑자기 모두의 주의가 집중되는 순간이 있는데, 티비에 나오는 가수의 노래가 샵이나 플랫이 되었을 때라고 한다. 음악을 좋아하면서도 음악의 세계가 이렇게나 깊고 대단한 곳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면 쓰여져 있는 악보 하나 제대로 연주하지 못해 쩔쩔매는 내가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정말로 음악을 사랑하고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다 보면 나에게도 언젠가는 그러한 깊이에 도달할 수 있는 날이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300여년전의 음악들이 아직까지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영감을 준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음악도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관심이 신에서 인간으로 돌려진 르네상스 이후로 번창했다. 베토벤과 같은 음악가가 지녔던 계몽 사상이 그의 음악에도 분명히 엄청난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종교음악도 이후의 음악에 영향을 끼치기는 했지만 사람이 중심이 된 음악이 지금까지도 남아 사랑받고 있다는 것은 인간이란 존재가 인간에 대한 관심을 기본으로 하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조금씩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책을 저술한다 것은 자신에게 올 이득을 기대하며 쓴다기보다 어떠한 사명감을 지니고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가 사랑하는 음악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여러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일반인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써낸 작가에게 존경심과 부러움을 보낸다. 미래에 어느날, 미래의 음악가가 쓰는 클래식 이야기에서 마에스트로 금난새의 이야기도 볼 수 있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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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음악을 잘 모릅니다. 재즈와 유희열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음악을 찾아서 듣지 않은지는 꽤 됐습니다.

예전에는 라디오를 들으며 듣게된 음악들을 사랑하게 되고, 음악을 찾아 들었지만 음악을 찾아 듣지 않은지도 5년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메마르게 살아온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음악을 해보고 싶습니다. 제 꿈중 하나가 피아노로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거든요. 꿈을 버리지만 않으면 언젠가는 이루어 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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