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페이스북을 돌아다니면, 같은 내용의 '재무설계로 5년동안 1억을 모았다.'라는 글을 자주 보게 된다.

 

과연 정말 무료 재무설계라는 것은 존재하며, 이 재무설계사를 만나면 내가 고민하고, 머리싸매지 않아도 그사람이 알려주는 대로만 하면 '5년동안 1억'을 모을 수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엄청난 함정이 존재한다. 먼저 내가 보았던 페이스북 글들이 정말로 '1년동안 5억'을 모은 사람이 올린 글인지, 추론해보도록 하겠다.

 

<타임라인에서 보았던 글 내용의 일부를 그대로 복사하여 페이스북에 검색을 해보았다.>

 

 

먼저 왼쪽 사진이 내가 처음 타임라인에서 보았던 글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1억을 모아 눈물이 난다는 도입부가 매우 인상적이다.

 

 

 

이 내용의 일부를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복사하여 페이스북에 검색을 해보겠다.

 

 

 

<페이스북 검색 결과 나온 게시글들>

 

검색 결과, 좋아요 수가 거의 유사하고, 글을 올린 사람은 달라도 내용은 토씨하나 틀리지 않는다.

 

여기서 무료재무설계를 받은 사람들은 5년간 1억을 모아야지 페이스북에서 올리는 것은 물론, 같은 감정상태까지 공유하도록 (태어나서 처음으로 1억을 모았네요 5년동안... 눈물이 나네요 ㅠ.ㅠ)프로그래밍이라도 되나보다. 

 

 

<위 게시글들의 댓글 상황>

 

댓글은 더더욱 어이가 없다. 같은 사람들이 돌리고 돌려가면서 똑같은 댓글을 단다.

 

이렇게 검색을 한번만 해 보면, 무료 재무설계로 5년간 1억을 모았다는 말이 얼마나 허망한지 너무나 쉽게 알 수 있다.

 

여기까지 보고도, 무료 재무설계를 통해 재테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쑥 들어가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다시한번, 순진한 사회 초년생의 등을 쳐먹으려고 눈알이 빨개져있는 저들의 전략을 파헤쳐보고 싶다.

 

혹시나 "'무료'인데 어때, 들어보고 아니면 그냥 안한다고 나오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직접 무료 재무설계를 받는 시나리오를 작성해 보았다.

 

그러면 정말 무료 재무설계를 들으면 손해볼 일은 없는 것일까?

 

'무료 재무설계'를 해준다는 업체에 연락을 취해 보았다.

 

꽤 친절한 목소리로, 약속시간을 잡자고 하더니, 내가 일이 바빠서 시간이 안맞는다고 하자 퇴근시간에 맞춰서 회사 근처로 오겠다고 말한다.

 

벌써부터 이상하다. 어쨋든 전화한건 나이기에, 만날수밖에 없어 일단 만나보기로 한다.

 

약속시간에 정장을 멀끔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서류가방을 들고 반갑게 인사한다. 뭔가 신뢰가 가는 비쥬얼이다.

 

앉아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들이 걱정하던 대로 보험을 팔거나 하지 않고 CMA 통장, 통장쪼개기, 펀드 투자 같은 이야기를 청산 유수로 꺼내 놓는다.

 

일단 나는 잘 모르니, 이사람의 말이 다 맞는 것 같고, 나에게 어떤 상품을 팔려고 하는 것 같지도 않으니 신뢰도가 점점 쌓인다.

 

그러나, 여기서 시작이다. 보험회사의 종신보험을 가입하라고 한다. 

 

 

 

"2.5% 확정 금리에, 비과세복리에 추가납입은 사업비가 없어요. 살아서는 추후 연금을 받고, 죽어서는 사망보험금을 받고  55세부터 매년 5프로씩 정액체증인데,  15년까지는 납입한 보험금과 원금과 비슷하지만 그뒤로 계속 증가합니다~

보통 보험료를 중간에 납입 못하게 될까봐 걱정하시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2년납입하고 7년동안은 보험금 안내도 보험이 유지가 됩니다. 더구나 5년만 납입하면 나머지10년은 안내도 사망보험금 및 연금금 받을수있어요!"

 

꽤 괜찮은것 같기도 하다.. 사실 난 뭐가 뭔지 모르는데 얘기를 들으니 괜찮은 것 같다. 상담해주신 설계사 분도 착하신 것 같고.. 지금가지 상담 공짜로 받은 것도 미안하다.. 일단 가입하고 나중에 아니면 정리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글을 보는 당신이라면, 충분히 현명한 사람일 것이고, 이런 수법에 절대 당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이런 말을 하는 상대방이 '나보다 우월한 경제 지식을 가졌으며(지식적 우위), 나에게 무료 재무상담을 해준 사람이기에(신세를 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나의 미래를 저당잡히는 보험을 가입하기가 쉽다.

 

사람들은 '무료'라는 말에 쉽게 끌린다. 제대로 된 재무설계를 받으려면 당연히 돈이 든다. 그것도 생각보다 많이.

 

그런데 이런 재무설계를 무료로 해준다고? 당연히 혹할 수 밖에 없고, '무료'라는 말에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얘기나 한번 들어보면, 손해 볼 것은 없다고 생각하다.

 

 

또,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사람에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어 있고, 따라서 일반적이라면 하지 않은 결정을 하기가 쉬워진다.

 

물론 정말로 자신이 무료 재무상담이라도 안받는 것보다는 낫고, 어떤 보험이나 펀드 판매에도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다면 무료 재무설계를 받아도 된다.

 

하지만 재테크 라는 것은 본인이 열심히 공부해서 결정을 내려야 후회가 남지 않는 것이지, 남에게 의존하고 남이 좋다는 것을 의심없이 따라 했다가는 내가 피땀벌려 번 노동의 댓가가 그것을 노리는 나쁜 사람들 손으로 들어가게 된 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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